비오는 날

비 오는 날, 창 밖을 바라보니 세상이 완전히 변한 것만 같아. 아름다운 은빛 세상이 펼쳐졌지. 그 속에서, 빗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오곤 해. 지금의 이 시간, 혼자서 듣기에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, 그 아름다운 장면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곤 했어. 

거리에 물속에 잠긴 도시의 모습이, 빗물에 선명하게 비친다. 사람들의 발걸음은 부드럽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옮겨지곤 해. 그 속에서 감성이 충만한 음색이 무심치고 흐르는 듯했다.

 

비 오는 날,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펼치며 보내는 시간은 묘한 즐거움을 선사할 때가 있다. 빗소리를 배경으로 글귀의 세계에 빠져들며, 은빛 선율에 귀 기울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해. 때론 눈물 흘리며 감동에 휩싸일 때도 있었지.

 

비 오는 날에는 그렇게 삶의 일상이 큰 변화를 만들지 못할지도 모른다. 그치만 가끔은 그런 작은 변화들이 마음속에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. 이 와중에 있는 거리에 비춰진 그림처럼 이 순간, 이 기억들이 서서히 스쳐 지나가는 시간의 일부가 돼 줄 테니까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