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리움의 섬, 서두르지 않아도 겨울이 오고, 떠나지 않아도 꽃이 핀다
그리움이란 감정은 우리 인생의 한 편의 풍경이다. 그리움의 섬에 혼자 머물러 가끔은 기록의 흐름으로 돌아가 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. 그 충동이 주는 양쪽에습의 음성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들려온다. 한쪽에서는 쉽지 않은 삶에서 잠시 벗어나 옛 추억으로 돌아간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다른 쪽에서는 필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무게를 더 부담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말한다.
그리움의 섬을 바라보며 불안하게 가슴 떨릴 때, 작은 웃음이 길게 이어진다. 그 길이는 언제나 우리를 횡단한 인생의 길이와도 같다. 그리움은 일상의 허공에서 태어난 슬픈 소리일지도 모른다. 그리움의 감정은 사실 시간의 말미암아 생긴 것일 수 있지만, 그 어떤 감정보다도 소중한 것으로 남아있다.
그리움의 섬에서 사람들은 추억을 건질 때, 그동안 있던 기다림에 핀 꽃과 함께 몹시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가 본다. 그러나 그 풍경을 지나가다 보면 세상의 먼지와 아픔이 서서히 뒤따른다. 또한 이 곳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멈추어야만 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걷다 보면, 시간의 흐름에서 길게 이어진 그리움의 골짜기를 만나게 된다.
그리움의 섬은 또한 추억을 떠올리며 꿈틀대 지독한 아픔으로부터 치유를 시도한다. 이곳에서는 우리가 찾아가는 삶의 울타리를 넘어질 때 이해와 용기, 그리고 용기의 너머 존재하는 확신을 느낀다. 그리움이란 감정은 그야말로 가나다라의 빈틈으로 우리의 인생을 보따리로 샘솟아 난다. 그러나 이곳의 아름다움은 오롯이 그 공기와 빗방울, 그리고 밤새워 울어 적시는 물 컴컬로 이루어져 있다.
그리움의 섬에서, 우리는 그렇게 엇갈린 삶의 짧은 사이로 녹아든 쓸쓸한 시간을 되새겨 본다. 그러다 보면 순간적으로 슬픈 웃음소리를 낸다. 그리움이 우리 마음을 향하는 그 길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. 이곳에서 고향이 일렁이는 애틋한 그리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, 그곳에 머무르고 싶지만 마음속 품겨둔 숨어있는 기쁨과 욕망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. 결국 그리움이 지나치면 아픔이 오고, 아픔이 지나면 그리움이 찾아온다. 이 끊임없는 인생의 여정에 그리움이란 존재로 함께 떠돌아간다.